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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033. 모호성


안녕하세요, 한참만에 블로그 들어와서 글을 적네요.
그간 뭐 학교 시험공부도 하고 여기저기 자기 소개서도 써보고
이래저래 바쁜 학생의 생활을 흉내내며 지냈습니다. ㅎㅎ


얼마전에 모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눈팅을 하고 있었는데,
카투사 외박 제한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현역이 아니니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글을 읽어보니 3주에 한번? 외박 나가는거로
제한을 하겠다...라는 골자의 회의가 열릴뻔 했다.
이렇더군요.


단장님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처음 오신분이어서 그런걸까요?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역때도 항상 하던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미군들과 생활하며 애로사항을 겪는건 카투사들이고,
자세한 생활 패턴을 모르는 한지단측 장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들만 늘어놓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전역이 답 입니다. -_-;


지구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남자가 여자를 완벽히 이해 못하고,
여자가 남자를 완벽히 이해 못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사병은 장교를 완벽히 이해 할 수 없고,
장교는 사병을 완벽히 이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병으로 복무를 한번 마친 이후에
장교나 부사관으로 재입대를 한다면 다르겠지만 말이죠.

특히나 카투사는 그 특수성에 있어서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현역으로 복무할 당시, 이병시절엔 건의를 하면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생활 하면 할 수록 건의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며, 오히려 내가 더 불편해진다 라는 경험을 체득 하였고
그냥 눈 앞에 보여주는것과 뒤에서 행동하는것과 다르게 일 처리를 했던 생각이 납니다.


미측에서 요구하는것과 한측에서 요구하는것.
이 두가지 일을 모두 처리하기란 정말이지... 스트레스 만빵입니다.
육체적으로 피곤한건 없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칩니다.


한측에서는 "너희는 한국 육군이니까 무조건 우리말을 먼저 따라라" 하며 일거리를 (bull shit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bull shit같은것만 잔뜩 만들어 내니까요) 던져주고

그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미측에서 준 일을 좀 소흘히 하면 미측에서는
"너희는 우리 군복을 입고 우리랑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데 우리가 먼저다. 우리 일부터 먼저 해라" 라고 하고 -_-

아... 중간에 껴서 진짜 돌아버릴것 같은 나날들 이었습니다.


뭐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이런 일 쯤이야 가볍게 웃으며 넘기곤 했는데,
요령이 없을땐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 이었습니다.



이번 외박제한 이야기도 참 어이가 없네요.
주말엔 디팩도 잘 안열고, 스낵바도 안여는데
외박 통제하고 외출 통제하면 그럼 카투사들은 밥 어디서 사먹나요?

훈련 뛰고오면 그 뒤에 외박은 보장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미군이랑 같이 생활하고, 카투사의 외박에 관한 규정은 미측에서 관리하도록 되어있는데
왜 한측에서 그 부분에 제지를 가하려고 하는지.

단지 병력통제가 어렵다, 이렇게 외박 잘나가는 한국군이 어딨냐 라는 논리로 외박에 제한을 가하려고 하는거라면
정말 이해 안됩니다.

또한, 한미우호활동 해서 사진 좀 많이 찍어오라고 하면서
외출, 외박에 제한을 걸어버리면 -_- 퍽이나 우호활동이 잘 되겠습니다.

여튼, 두개의 Chain of command를 따르다보니
저런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아... 지금 생각해봐도 참 모호했네요.
아무튼 모호성... 저건 지구 망할때까지, 아니 카투사 제도가 사라질때까지 해결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복무하고 계신 현역 카투사 분들은 외박제한 안걸리시길 빕니다.
부디 전역때까지 무사히 외박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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