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따라

서울대 이용식 교수님의 저서 머리말...돈스쿨

[퍼왔습니다]


서울대 이용식 교수님의 저서 머리말...돈스쿨..ㅋㅋ

7-3 사태. 2007년 7월 3일 23시 57분 통과된 로스쿨법으로 인하여 야기된 일련의 사태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로스쿨의 유치를 위하여 대학들이 벌이는 무한경쟁은 가히 살인적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교수 숫자를 엄청 늘리고 빌딩을 번쩍번쩍하게 새로 짓고 도서를 몇 만 권씩 구입하여 수백 억씩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로스쿨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저자의 머릿속에 들었던 질문은, 로스쿨의 본질은 무엇일까이었다. 본인은 로스쿨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답하는 것은 난센스이고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념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로스쿨 모습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는 그 제도적 원형(프로토팁)으로서 미국 로스쿨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이 무엇인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로스쿨 유치를 위해 우리나라 대학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보면 또 조금 알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저자가 보기에 로스쿨의 본질적 핵심은 돈에 있다. 누가 뭐래도 결국 로스쿨은 돈이라는 것이다.

‘로스쿨=돈’이라는 명제. 그것이 모든 것의 결론이다. 그런데 윗분들은 로스쿨은 돈으로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분들이 로스쿨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저자는 모르겠다. 로스쿨의 본질이 돈인데, 로스쿨을 돈으로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로스쿨의 본질에 반한다. 로스쿨은 돈으로 사는 것이다. 바로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로스쿨을 국민들이 결단했다. 그동안 법률가들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이라고 여겨져 왔다. 사법서비스의 문턱에 접근하려고 하면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를 먼저 보이는 그런 자들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서 이를 허물어야 하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다. 그 수단이 바로 로스쿨의 도입으로서 법률가 숫자를 대폭 늘려 사법서비스를 개선,향상시키자는 생각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로스쿨은 선인 것이다. 기존의 대학 학부 시스템은 악이고 폐해이며 청산의 대상이다. 국민이 선이라고 선택한 것은 로스쿨이었는데, 그러나 그 본질에는 돈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서민 대중과 약자를 위한다는 참여정부가 돈을 결단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로스쿨은 돈스쿨이고 이는 결국 미국에서처럼 유전무죄,무전유죄, 그리고 사법의 스포츠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돈스쿨을 선택한 국민들이 1,500만원 내외의 등록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로스쿨 등록금은 500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회계학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1500만원 내외의 로스쿨 등록금을 책정하여 적자를 안고 살아가겠다는 우리 대학들도 뭔가 이상하다. 심지어는 등록금 무료의 로스쿨을 시행하겠다고 신청한 대학들도 있다.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다른 어딘가 정치적 이유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로스쿨 허가에서 지역 안배 내지 지역 균형발전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조하는 것을 보면 역시 로스쿨은 정치적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로스쿨은 바로 정치이다. 우리나라 로스쿨은 정치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정치적으로 논의가 끝났다. 우리나라에서 로스쿨 도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이었고(참여정부 주연, 한나라당 조연, 국민 관객의 영화였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로스쿨의 비극이다. 우리 모두가 패자이다.

이러한 로스쿨 체제하에서 법학의 모습은 어떠할지에 관해서도 로스쿨 문턱에 가 보지 못한 본인은 전혀 알 길이 없다. 대체로 법률 이론이 아니라 실무적인 교육이 요구된다는 말을 한다. 즉 로스쿨의 본질은 이론이 아니라 실무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하다. 이것 또한 미국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로스쿨에서 법학의 학문적 성격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그 도착점은 법학의 학문적 종말이다. 로스쿨의 본질상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운명적 결단을 이미 내린 것이다. 그것이 로스쿨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법의 통과는 학문으로서의 법학에 대한 사형선고이고 법학의 학문적 성격에 종말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필자가 전공하는 형법에 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형법학은 쇠락해 가는 것이며, 이를 국민들은 기꺼이 선택하였다. 형법학의 종말. 그것이다.

로스쿨 유치신청을 하면서 나라에서는 교수들에게 지난 5년간 연구업적 800퍼센트를 요구했다. 당초에는 2007년 7월 3일 법이 통과되고 8월 31일까지 이 업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했다. 이 연구업적 기준을 채우기 위해 본서가 계획되었다. 로스쿨 인가신청서에 연구업적으로 카운팅되지 않은 논문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급한 요구 때문이었다. 로스쿨이 없었더라면 본서는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로스쿨에 깊이 감사한다. 이 책을 로스쿨 평가위원회에 바친다.

2008년 1월 24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이 용 식

'오늘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기  (0) 2010.04.26
입대전 여행  (1) 2008.09.07
최종 경쟁률  (7) 2007.09.18
소개  (5) 2007.09.15
다녀 오겠습니다~  (6) 2007.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