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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001. 입영일의 기억


가만히 있다보니,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하는 생활이지만 나름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1. 2008/10/6 - 월요일 입영일

 

아직도 생각난다.

(당연히 생각이 나겠지. 그거 얼마나 됐다고 -_-;;)

 

여행에서 귀국하고 일주일 뒤가 입대였다.

입영 장소는 논산 훈련소.

 

호국요람이라는 논산 훈련소 -_-;

별로 요람같지는 않았다.

 

 

106 월요일, 그렇게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

사실 별로 군대에 대해서 떨리거나 긴장되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당일이 되니 ... 마음이 싱숭생숭 하달까?

처음 느껴보는 느낌을 느낄 있었다.

 

입영 시간은 1330분이었나? 그랬던것 같다.

 

 

 

 

아니구나 -_-;;; 13시였네;

 

어쨌거나.

늦지 않기 위해서 일찍 집에서 부모님과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가는동안 친구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미 예비군 친구들.

 

별거 아니다, 이제 *됐다, 큰일났다, 쉽다, 괜찮다. 등등등.

다양한 조언 겁주기 멘트들이 귀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이미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그때 기분은 ... ㅠㅠ

 

천안/논산 고속도로인가? 새로 생긴 길을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렸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커피.

입영 , 훈련소 기간에는 커피를 마실 없다.

그렇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사들고는 했다.

 

, 이렇게 자유를 통제 당하는건가,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등등.

갖은 잡생각을 하며 커피를 땄다.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엔 나같은 사람이 많았다.

머리를 빡빡 남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침울한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었고,

다른 머리를 빡빡 남학생은 애인과 함께 손을 잡고 둘이 없이 있었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보니 위안이 된달까, 나도 커피를 마시며 부모님과 몇마디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차에 올랐다.

조금 달리다 보니 "연무 톨게이트" 나왔고, 친절하게 "육군 훈련소" 라는 안내 표지도 있었다.

 

"입영 장정 여러분 환영합니다"

"입영 장정 점심식사 할인"

"입영 장정 용품 판매"

입영 장정... 입영 장정... 입영 장정...

 

눈에 보이는건 온통 "육군 훈련소" 라는 다섯자의 글씨와,

"입영 장정" 이라는 어색한 네글자.

 

이제 내가 입영 장정이구나 -_-

장정이라니, 장정이라니 이상해. 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13시보다 훨씬 이른 11시에 육군 훈련소 입소대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입영을 앞둔 "장정" "장정" 떠나보내는 가족, 애인이 밥이 넘어갈 리는 없지.

이별을 목전에 사람 치고 밥을 미친듯이 먹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그랬고, 부모님도 그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입소대대 근처 음식점들은 고만고만한 메뉴와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가지였던것 같다.

 

먹는둥, 마는둥 하며 식사를 마치고 입소대대로 향했다.

 

아직도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다.

입대 미리 알게 동기들을 만났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미리 알게 동기를 만나서

함께 입영을 한다는건 나름대로 힘이 되는 상황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13.

 

 

 

가족과 나는 입영장소인 입소대대 연병장(운동장)으로 갔다.

천막이 쳐진 스탠드에는 엄청나게 많은 가족, 애인, 친구 등등이 있었고,

스탠드에 설치된 티비에서는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안내 비디오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런데 관심이 없었기에 미리 만난 동기들과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방송이 나왔다.

 

 

 

"이제 입영 장정은 모두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연병장으로 나와주십시오"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나는

 

" 간다!! 두달뒤에 !!" 라는 말을 남기고 연병장으로 뛰어 나갔다.

그때 엄마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난다. 훈련소 기간중에도 항상 생각났다.

엄마는 펑펑 울고있었고, 아빠는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셨다.

 

모습을 계속 보고있으면 나도 눈물이 같아서 뛰어 나갔다.

연병장으로 뛰어 나가는 많은 입영 장정들.

장정들을 향한 많은 목소리.

 

 

"**, 사랑해!"

"아들아!! 잘하고 와라!!"

"**, 두고 가면 어떡해!! ㅠㅠ"

"**, 건강해라!!"

"장하다 아들!!"

"자기야 사랑해!!"

 

 

 

 

 

 

연병장엔 크게 부류의 입영 장정이 모이게 된다.

왼쪽은 일반병(그냥 영장이 나와서 사람들), 오른쪽은 지원병(특기병, 지원병(ex 카투사)).

 

나는 오른쪽으로 가서 줄을 맞추어 섰다.

 

훈련소장이 등장하고 애국가, 국민의례 등등 행사가 시작됐다.

아들을 맡아서 훌륭한 군인으로,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남자라면 군대를, 가족에게 늠름한, 애인에게 어쩌구 저쩌구

좋은 훈화 말씀이 끝나고 스탠드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서 경례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전방에 계신 가족들에 대하여...... 경례!"

 

"!! !!"

 

수많은 남정네들이 외치는 목소리와 거수경례.

가족들은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주었다.

 

행사가 끝나고 연병장을 한바퀴 돌며 마지막으로 멀리서나마 가족을 보고 입소대대 건물로 향했다.

 

가족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상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제 머리가 빡빡 밀린 남자들만 한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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