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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024. 화생방 훈련 미군 vs 한국군

무엇을 포스팅 해볼까 고민하다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행군 제외)
화생방 훈련을 써볼까 합니다.

전 사실, 화생방이 훈련소에서 한번만 하면 되는건줄 알았습니다.
군생활 내내 다시는 안할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자대에도 화생방 훈련이 있더라구요?
아아 놀라운 세상이여...



1. 한국군 화생방 훈련 (논산 훈련소)

화생방 훈련 전날부터 엄청 똥줄이 탔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 편지로 이미 예비군인 친구들이

"야 그거 하다가 숨막혀 죽을지도 몰라"

"가스가 턱밑까지 차오르는데 애국가 불러야 해. 너 아마 토할껄?"

"침을 질질 흘리게 될거야"

아... 이놈들이 용기를 주지는 못할망정 어찌나 사람을 들뜨게 만들던지,
꿈까지 꾸며 잠을 설쳤고, 설상가상으로 불침번마저 안좋은 시간대에 걸려서
완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그렇게 화생방 교장으로 향했습니다.

약 40분? 가량 걸어서 도착한 화생방 교장.

더 짜증났던게, 저희때부터 시작된 2박4일 행군+숙영+종합각개 훈련을 미리 적응시킨다고
대박 무거운 군장을 지게 하고 화생방 교장까지 갔습니다.

어쨌거나 -_-

입구부터 날 반기던 궁서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요상한 글씨체의

"화 생 방"

"화학전 / 생물학전 / 방사능전"
(뭐 이렇게 써 있었던듯)

저 문구가 절 반겼습니다.
저기에다가 무슨 막 바이오 해저드 같은 그림도 그려져있고
아무튼 공포감을 조장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더군요.

짐을 내려놓고 마스크를 챙겨서 메고서
계속 마스크 쓰고 벗고 "까스 까스 까스!" 훈련을 했습니다.

아놔... 안경을 쓰고있는 입장인데, 안경을 벗고 훈련을 하니 앞은 안보이고
빨리 쓰고 벗어야 하고,
여기저기서 까스 까스는 외쳐대지 정말 죽을맛이더군요.

어쨌거나 마스크 트레이닝을 어느정도 마치고서
이제 방사능복 입는 훈련을 했습니다.

와... 방사능복 진짜 덥습니다.
이것도 느리게 입고 벗으면 기합받고
어휴... 생각 하기도 싫으네요.

이런저런 훈련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화생방 전에 밥을 먹이다니 -.-





가스실은 먼저 들어가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CS가스가 확산되기 전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가스를 덜 먹기 때문입니다.

제발 앞조에 걸려라 걸려라 했는데, 제가 속해있던 소대는 4소대.

아... 젠장 그럼 1소대부터 하겠지... 라며 난 역시 안되는 놈인가봐 이러고 있는데,



"야 4소대부터 들어간다!"


할렐루야, 조교 사랑해요!!!!


첫번째로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가스는 아직 확산 전이더군요.

들어가서 뭐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 듣고, 정화통 갈아끼우기,
물마시기, 마스크 벗고 노래부르기 등등을 하고서
뛰쳐 나왔습니다.

가스가 많이 확산되진 않았어도
콧물, 침 온갖 더러운 꼬라지는 다 보였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뭐야, 괜히들 겁을 주고 그래!? 라며 당당히 훈련을 마쳤습니다.




2. 미군 화생방 (자대 체험기)



따뜻한 봄날에 갑자기 NBC CHAMBER 훈련이 잡혔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럴수가 말도안돼!!! 무슨 자대에서 화생방이냐???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논산에서 했던 그짓을 또 해야하다니 이건 아니잖아, 거짓말일거야.
나 그날 오후에 일도 있는데 아닐거야.
아닐거야. 거짓말일거야.





거짓말은 무슨 -_-

그것은 참말이었습니다.

JSLIST(방사능복), 마스크, Over boots 다 챙겨들고 NBC CHAMBER를 찾았습니다.

아... 전 그곳에서 노루도 봤습니다. 폴짝폴짝 잘도 뛰어가더군요.
부대 안에 노루가 살고있다니. -.-

캠프 케이시가 넓긴 넓구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화생방작전통제병 <- 공식명칭
의 가벼운 훈련 설명을 들었습니다.

뭐 방사능 상황이 다가오면 디콘킷으로 디콘 시키는 법,
마스크 쓰고 벗기, JSLIST 입고 벗기 등등...

이건 다 아는거라 좀 따분했습니다.

역시나 가스실 들어가기전에 점심을 먹이더군요?

그때 당시 (갓 일병)에 MRE에 한창 미쳤을때라
전 가스실은 개의치 않고 맛있게 MRE를 쳐묵쳐묵 하고...
바로 가스실 들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국기, 이름표, 계급장, 벨크로를 모두 제거하고
ACU깃을 세워서 벨크로로 목을 봉인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마스크를 씁니다.

한국군 훈련때처럼 마스크에 보호 두건이라고 하나요?
그걸 하진 않고 그냥 쌩 마스크만 씁니다.


그리고... 가스실에 들어갔습니다.

첫번째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색히들이 -_-
서로 지들이 먼저 들어가려고 하는 바람에
전 딱 중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끝나면 먼저 나가려고 맨 앞에 섰는데,
들어가서 자리 재배치 하는 바람에
CS가루 (미군은 CS 파우더를 불로 피워서 가스를 확산 시킵니다)가 활활 타고있는
바로 앞자리에 섰습니다.


아... 지쟈스... 날 죽여라.


안에서 팔굽혀펴기, 팔벌려뛰기, 카투사는 애국가, 미군은 성조기여 영원하라 부르기,
아 미친... 숨 헐떡이는 모든것을 시키더군요.
그 상태에서 마스크를 벗깁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미육군가(the army song)을 부릅니다.

제길!! 숨 참고 있었는데 앞에서 마스크쓰고 통제하고 있던 병장(Sergeant)이 제 옆구리를 간지럽혀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뭐... CS 파우더 활활 피어오르는 그 바로 앞에서 웃음보가 터졌으니
뒷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가스는 가스대로 다 먹고
CS 가스 입자가 갈고리 모양인지라 목구멍 진짜 따갑고 숨을 못쉬겠는겁니다???

꺽~꺽~ 숨넘어가는 소리 내면서 숨쉬기 고통스러워 하며 밖으로 뛰쳐 나갔을때
눈에선 눈물, 코에선 콧물, 입에선 침 범벅에
기침도 제대로 안나오고 숨 잘 안쉬어지고 아... 진짜 지옥이 따로 없구나 했습니다. ㅋㅋㅋ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딕한테 가서 숨 못쉬겠어!!! 라고 말도 제대로 못해서

c........can...........can't..............can't............ 까지 말했는데
이놈이 "야 그냥 숨 들이마셔라" 이러고 말더군요.


아... 도움 안되는 놈. 왜 기다리고 있었던거냐. ㄱ-



휴... 개인적으로 한/미 화생방은... 미군 화생방이 더 독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CS탄 터뜨리는것보다 CS 파우더 불로 피우는게 더 강합니다.
한국군은 자대에서 화생방 훈련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네요.

미군 행정부대도 화생방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또 화생방 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다행히 취소되고 아직까지 아무 소식도 없네요.

부디 전역 할때까지 화생방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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